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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야ㅠ

제왕절개 두려움, 치골통의 통증 정도

by 홀려버린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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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배

앞선 글에선 30주 임산부님들 배를 부러워하고, 임신 10주 차였던 나의 배를 홀쭉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니었습니다. 나의 배는 10주 때도 꾀 나왔었네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분께 "나 둘째 임신했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분께서 "아하!! 그래서 이렇게 배가 나오셨구나?!! 너무 축하드려요."라며 축하해 주셨습니다. 너무 진심으로 축하해 주셔서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그땐 6주 차여서 아기가 콩만 했습니다.

그때는 말씀 못 드렸는데 "그때 그 배 아기 아니고 그냥 내 배였어요."

 

치골결합이개

키도 크고 어깨도 넓어서 어렸을 때부터 어딜 가나 운동하셨냐는 말을 무조건 들으며 커왔습니다. 그렇게 겉보기에는 돌도 씹어 먹을 만큼 건장하게 생겼지만 잔병치레도 많이 하고, 건강도 그리 좋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첫째를 임신하고 16주쯤부터 가랑이가 슬슬 아파지더니 아기가 커질수록 심해졌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치골통 같아 보였습니다. 다른 말로는 치골결합이개 또는 치골결합분리증 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치골통(치골결합이개)이 상당히 심한 편이라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지만 의사선생님께서는 이 정도의 몸상태로는 아이낳고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제왕절개가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치골통 아픔의 정도

통증이 어느 정도였냐면 걸어서 7분 정도 늘 다니던 길을 한 발 한 발 떼며 40분이 넘게 걸어 다녔습니다.

또 아기가 점점 커질수록 아예 다리를 들 수가 없어서 하의를 남편이 입혀주었습니다. 그에게 고마웠지만 너무 수치스럽고, 서러웠습니다.

 

그 해의 여름이 엄청난 무더위가 찾아왔는데 평상시처럼 걷다가 너무 힘들고 지쳐서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가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발 떼는 게 너무 힘들었기에 편의점에 들어갈까? 말까? 엄청나게 갈등했습니다.

'몇 발자국 더 가는 것'을 선택할 것이냐 '시원한 음료를 포기할 것'이냐의 싸움이었습니다. 결국 먹보인 나는 먹기로 결심하고 편의점을 갔습니다. 하필 계단이 서너 개 정도 있는 곳을 힘겹게 힘겹게 올라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서 내려왔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었는데 편의점을 다녀오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나온 음료수를 보니 갑자기 설움이 미친 듯이 몰려왔습니다. 

갑작스러운 호르몬의 변화와 무겁고, 아픈 몸, 갑자기 불어난 거대한 몸뚱이 때문에 감정 제어가 잘 안 되었던 걸까요??

길거리 한복판에서 눈물이 쏟아져내렸습니다. 너무 서러웠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게 느껴졌지만 제어가 안돼서 폭풍눈물을 쏟으며 힘겹게 목적지까지 걸어갔습니다. 

 

야구방망이와 큰 해머로 나의 그곳(가랑이 사이)만을 집중 공격당하는 것 같은 아픔이었달까?

 

그래서 아기를 낳고 나서도 여전히 가랑이가 아플까 너무 무서웠습니다. 이렇게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데 이 아픔이 아기를 낳는다고 사라질까?? 내 몸이 모두 망가진 것이 아닐까?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웬걸... 아기를 낳고 나니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왕절개

나이를 먹으며, 겁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어릴 때에는 호기심도 많았고, 겁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주사 맞는 것조차 너무 무서워졌습니다.

여차저차 제왕절개의 시간이 돌아왔고, 수술대에 누웠습니다. 마취과 선생님께서 오셔서 새우 자세를 취하고 등 쪽에 주삿바늘을 찌르는데 그분의 등장부터 너무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렸습니다. 역시나 허리도 안 좋은데 주사를 넣으니 찌릿찌릿 했습니다.

 

그렇게 마취 전문의가 떠나고 수술 전 처리를 위해 간호 선생님들이 오셨습니다.

 

(임산부 3대 굴욕인 제모를 경험했습니다.

원래는 제왕절개 예약 날짜를 4일 남겨두고 브라질리언 왁싱을 하려고 예약 잡아놓은 날이었습니다. 아침 첫 소변을 보는데 오줌이 엄청 콸콸 나오는데 뱃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설마?? 하면서 변기를 봤는데 양수가 터져서 변기가 분홍색 핏빛이었습니다.)

나의 그곳을 면도기로 제모해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배 밑에 쪽으로 수술하는 게 보이지 않게 나의 시야를 차단해 놓았지만 (하반신 마취가 잘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의 배를 살짝 꼬집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취가 안됐는데 배를 가르실 까봐 너무 두려웠습니다.

떨리는 다급한 목소리로 "간호 선생님 꼬집는 거 느낌이 나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간호 선생님이 말없이 주사약을 좀 더 넣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의 근처로 다시 와서 배를 꼬집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꼬집는 느낌이 안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의 두려움이 극에 달한 상태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답니다.

 

'꼬집는 게 느껴지지 않다니. 아... 이제 배를 정말 가를 때가 왔구나...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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