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사살
다리 사이가 반짝거린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는 검진 때마다 계속 선생님께 고추가 맞냐고 물어보았습니다. 4번째로 물어보던 검진 날 의사선생님께서는 이제 그만 물어보시라며, 아들 확정이라며, 고추 사진을 5장 찍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이 집안에서 나올 수 없는 예쁜 눈을 가진 제니를 닮은 둘째를 낳았습니다. 태명이 제니였던 지라 신생아실 선생님들과 산후조리원 이모님들께서 왜 태명을 제니로 지었나요?(남자 아기인데 여자아기 같은 태명을 지었는가) 여자아기인 줄 알았다. 늘 물어보셨고, 사연이 길은지라 딸인줄 알았다며 짧은 대답과 함께 웃픈미소로 답을 드렸답니다.
어린이집 입소 첫날
둘째 임신 때 첫째를 안아주다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허리가 아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걷지 못할정도로 아픕니다. 좀 심하게 삐었는지 낫지 않아 좀 큰 병원에 갔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임신했다는 소리를 들으시고 임산부한테는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다며, 적외선 좀 쬐다 가라고 하셨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허리를 부여잡고 신랑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병원까지 왔건만 너무 허탈했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허리 보호대를 차고 다녔습니다.
그때 당시 첫째가 어려서 많이 안아달라고 할 때 였습니다. 신랑은 직장에 나가야 했고, 나와 아기 둘뿐이라서 온전히 아기를 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허리로는 도저히 아기를 봐줄 수가 없어서 돌도 지났으니 이참에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상담 갔던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자리가 있냐고 물으니 자리가 있다 하셔서 바로 입소 신청을 했습니다.
입소 첫날 엄마와 함께 1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적응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래도 허리가 안 좋아서 방바닥에 오랜 시간 앉아있지 못하는데 어린이집은 좌식이어서 아이와 놀아주는 동안 바닥에 앉아 놀아 주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허리가 아프니 더욱 세게 허리 보호대를 동여맨 채로 아이랑 노는데 무엇인가 뱃속에서 미세하게 '펑'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임신 10주 2일째 날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요?? 어린이집 선생님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화장실에 들어와서 속옷을 봤는데... 핏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습니다...... 양수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양수 터지기 바로 전날 정기검진 날이어서 둘째 초음파를 보고 왔습니다. 처음 검진 때는 아기가 콩의 형태여서 전혀 인간스럽지 않았으나 전날 검진의 아기는 이미 작은 사람이었습니다. 팔, 다리, 머리를 다 보여주고 4cm나 자란 상태였습니다.
양수는 계속 졸졸 흐르고, 영혼이 나가서 처음 가본 낯선 곳에 첫째를 두고 왔는지도 모른 채 어린이집 선생님의 차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했습니다. 산부인과로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가는 내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바로 전날 이미 사람 형태의 초음파를 봐버린 나는 4cm나 커버린 아기를 지금 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제발 아기가 살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양의 양수를 쏟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정신없이 병원에 도착해서 긴급으로 진료를 받고 바로 휠체어에 탄 채 입원했습니다.
생명의 끈질김이란 무엇인가? 양수가 많이 흐른 것 같았는데 감사하게도 아기는 살아있었습니다 T_T
다인실 속에서
배드 6개가 있는 입원실에 입원을 했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세분의 산모가 입원 중이셨습니다. 그분들은 모두 임신 30주가 지났고, 조산의 위험으로 입원해 계셨습니다. 하지만 세분 모두 30주가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배가 많이 나온 상태였습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습니다. 본래 같은 성격이라면 그분들과 잘 어우러져서 수다 삼매경이었을 테지만 그럴만한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36주가 되신 분이 퇴원을 하셨습니다.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조산 위험으로 새로운 산모가 입원을 했습니다. 그분은 31주라고 하셨습니다.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내가 저분들처럼 30주에 조산 위험으로 입원 한 상황이었다면 정말 슬펐을텐데, 10주 차에 입원해서 저 산모님들을 부러워하는 나 자신을 보고, 사람 참 간사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10주에 들어선 나는 남은 30주를 어떻게 버텨야 하나 막막한 마음을 안고 누운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그래 한주만 더 한주만 더 하면서 조심스러운 생활을 이어나갔고, 그때 당시 첫째 아기도 어렸는데 조산 문제로 누운 생활을 많이 하면서 잘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답니다.
또 양수가 터져 영혼이 탈탈 털렸을 때 병원에서 첫째까지 보듬을 자신이 없어서 그 낯선 어린이집에 첫째를 맡기고 온 주제에, 둘째 아기가 무사하단 소리를 듣자, '첫째를 챙겨서 같이 병원에 왔어야 했는데...'라고 후회를 하는 나 자신이 참 간사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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