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여린 아기천사
배를 갈라서 아기를 꺼내는 것까지 보고 수면마취가 되었습니다.
- 뱃속에서 막 아기를 꺼내서 바로 내게 보여주셨는데... 아기는 양수에 탱탱 불어서 하얀 것(태지)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이쁜 아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달라서 놀란 것도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
깨어나 보니 입원실이었습니다. 남편이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를 데려왔습니다. 수술실에서 봤던 아기와 다른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작은 아기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배를 가르는 수술이 처음이라 둘째를 낳았을 때는 수술 당일에도 아기를 안았었는데, 첫째 때는 처음 겪는 고통인지라 배가 너무 아파서 아기를 안을 수조차 없어 고개만 돌려 아기를 쳐다봐야 했습니다.
다음날 어느 정도 정신이 차려지고 아기를 봤습니다. 보고 또 봐도 너무 예뻤습니다.
너무 예쁘고 작은 데다 목에 힘이 없어서 머리가 달랑거렸습니다. 남편과 나는 작고, 여린 아기가 다칠까 봐 무서워서 모자동실(신생아 실에서 아기를 데려와 부모와 함께 있는 동안)을 잘 하지 않고, 보고 싶어도 꾹 참았습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퇴원하고 바로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보셨나요?? 진짜 그 드라마 보면서 200% 공감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산후조리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전쟁터를 방불케했습니다. 사방이 바이러스 덩어리 같았고, 당시 미세먼지도 심각하던 때라 오염된 세상도 원망스러웠습니다. 아기를 꽁꽁 싸맨 후 산후조리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냥 눈물이 났다.(산 후 우울증)
방을 배정받고 산후조리원 이용방법 등을 설명 들은 후 휴식을 취했습니다.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를 데리고 내려와서 남편과 돌보는데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때면 남편이 100% 갈아주었습니다. 너무 작고 가녀려서 아기 다리를 내가 만지면 부서질까 무서워서 도저히 못 갈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입소 초반에는 남편과 함께 해서 그런지 전혀 우울한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출산휴가가 끝나고 남편이 산후조리원에서 출퇴근을 하였지만 그의 근무시간 동안은 혼자 생활해야 했습니다.
산후조리원의 이런저런 프로그램 활동을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가 긴 했지만 혼자 방에 들어가 있거나 모자동실 시간만 되면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나?? 눈물이 이렇게 줄줄 잘 나올 수가 있다니.' 신기할 정도로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눈물은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에 와서도 이어졌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들과 있을 때는 정상생활이 가능했는데, 아기랑 둘이 있거나 혼자 있게 되면 미친 듯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은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 감정을 아직도 뭐라 제대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출산 후 초반에는 호르몬이 요동을 치는지 마음도 많이 힘들고 너무 우울했던 것 같습니다.
- '산후조리원' 드라마에서 보면 산모들이 조리원 활동을 할 때는 정상생활을 하다가 본인 방에 들어가면 우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나만 혼자 있을 때 우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딱 출산 100일이 지나니까 힘들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그때 왜? 그렇게 우울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데 그땐 그랬습니다.
그렇게 우울했던 마음은 사라졌지만 지금 현재까지도 첫째를 보면 종종 눈물이 납니다.
갑작스러운 임신과 호르몬의 변화
사실 아기 생각이 없었기에 전혀 임신된 줄도 모르고 술도 많이 마시고 식욕억제제도 먹었습니다.
심지어 임신해서 면역력이 많이 약해져서 그런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이염이 걸렸었는데, 나는 '나이가 들어 점점 몸이 쇠약해지고 있구나, 이번에는 의사선생님이 처방해 준 대로 약을 끝까지 잘 먹어봐야지!!' 생각하고 중이염 약도 2주나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습니다.
임신 사실을 7주쯤 알게 되었습니다. 생리 기간이 정말 정확한 편인데 저 때 생리해야 하는 날 즘에 피가 나왔고(원래 시작해야 하는 날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나왔습니다.) 그 양이 무척 적었으나 2일 정도 피가 나오길래 생리를 했구나 생각했습니다. 원래도 생리량이 적은 편인데 그 양이 더 적게 나오자 나는 나이 먹고 몸이 안 좋아진 줄 알았습니다.
-착상혈 :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도대체 그때 왜? 피가 나온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착상혈이라고 해서 아기가 수정이 되면서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출혈이 있을 수 있으며, 생리 날과 겹치기도 해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나의 이야기네요.
최근 들어서 생리량도 현저히 적어지고 중이염이라는 것도 걸려보고, 아토피가 돋기 시작했습니다. '안되겠다. 더 나이 먹고 아프기 전에 건강 잘 챙겨야겠다.'라고만 생각했지 임신일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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