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임신
두 번째 생리 날이 왔는데 생리가 시작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삼일 정도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날따라 하루 딜레이 되었는데도 임신 테스트기가 해보고 싶었습니다.
2년여의 결혼생활 동안 불안할 때마다 임신 테스트기를 해본 적이 있는데 한 번도 두 줄이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바로 임신 테스트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선명한 두 줄이 바로 나왔습니다. 너무 놀라서 한달음에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이미 아기가 생각보다 커있었습니다. 내 뱃속에 콕 달라붙어 자리를 잡고 심장까지 만들어 우렁차게 심장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전혀 아기 생각이 없던 나는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면 안 되지만 나쁜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나는 지금 낳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어떡하지?'
임신 사실을 남편한테 말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되었습니다. '분명 남편한테 이야기하면 낳자고 할 텐데...'
이 기분은 설렘 20%, 걱정, 불안, 초조 80%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도 후회 중이지만 의사선생님께 중절수술에 대해 물어보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주수가 많이 지났기 때문에 수술하려면 빨리하셔야 하고,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미 아기가 많이 자랐는데 낳으시는 게 어떻겠냐며,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낳기로 결심했습니다. 어차피 수술할 배짱도 없었겠지만 나보다 늦게 결혼한 분들이 모두 임신 중이었습니다. 친한 언니도 나의 친구도 엄마의 친구 딸도 모두 임신 중이었습니다. 하다못해 티브이에서 배우 추자현님마저 임신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파도 떠밀리듯 나의 마음도 그렇게 군중 심리에 떠밀려 아기를 낳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임신 중 엄마의 마음 상태에 따라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갑작스러운 임신을 하게 되면서 나의 심리상태가 매우 불안정했나 봅니다. 친구들이 이제 와서 말하길 그때 나의 모습이 정말 위태로워 보였다고 했습니다. 정말 누구 하나 잘못되는 건 아닐지 무슨 사단이라도 나는 건 아닐지 걱정되어 거의 매일 나를 보러 와줄 정도였습니다. (너무 고마운 나의 사랑 그녀)
임신 기간 내내 몸도 많이 아프고 처음 겪는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에 아기가 밉고 원망도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가 태어나면 모성애가 안 생길까 봐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임신 기간 내내 가져서 그런지.... 나는 태동이 적었습니다.
맘 카페를 가봐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태동이 많아서 어쩔 때는 갈비뼈가 아플 때도 있다 하셨고, 발로 차서 아프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막달에 태동이 줄어들면 아기가 나올 때가 된 거라는데 나는 원래부터 태동이 적었기 때문에 전혀 그 소리가 와닿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나는 '뱃속에 있는데 어떻게 발로 차는 지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둘째를 임신해 보니 그분들이 왜 그런 소리를 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후회와 반성. 감사함과 벅참.
시간이 흘러 37주 0일 아침에 양수가 갑자기 터져서 조금의 진통도 못 느껴본 채로 아기를 낳았습니다.
수면마취에서 깨어나 아기를 보았는데 언제 나쁜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기는 너무 사랑스러웠습니다. 이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져버릴 생각을 하다니...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만으로도 늘 마음이 쓰립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나는 첫째만 보면 눈물이 났습니다. 출산 후 100일 전까지는 그냥 계속 눈물이 났다면, 100일을 지나 지금 현재까지도 나는 큰 아이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도대체 이감정이 무엇인지 나 자신도 전혀 알수 없는데 예전보다는 눈물이 덜 나지만 그래도 너무 눈물이 났습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인지력이 쌓였을 때도 시도 때도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절대로 슬퍼서 우는 게 아닌데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벅차서 눈물이 나는 것인데.. 엄마가 너무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아기 정서에 안 좋을까봐 너무 걱정이 되면서도 나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주최가 안되어 이야기라도 해주었습니다. "엄마가 우는 건 속상해서 우는 게 아니라 너무 감사해서 흘리는 눈물이야."라고 해주며 아기 정서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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