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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야ㅠ

아픈 아기 엄마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by 홀려버린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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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은 곳에서 꺼내고 싶지않았다. 죄책감

생 후 15일 쯤 부터인가 붉은 좁쌀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볼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불행이라고 해야할지 몸피부는 괜찮았습니다. 하필!! 가장 눈에 잘 띄는!! 가장 잘 보여지는 부분인 얼굴에만 붉은기운이 좁쌀형태를 넘어 볼 전체를 뒤덮었고, 턱까지 번졌습니다. 베이비수딩젤을 바르면 좋아지는 듯 싶다가 다시 몇개가 더 생기고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처치로 비판텐연고를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첫째아기는 피부트러블이 올라왔을 때에는 베이비용수딩젤, 그것도 안들을 때에는 비판텐연고를 발라주었고, 그러면 다음날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둘째아기는 비판텐연고 마져 듣지않았고, 피부염은 점점 더 번져가고 말았습니다. 최대한 집에서 해결을 보려고 어떻게해서든 병원에는 가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머리로는 병원의 처방이, 스테로이드가싫어! 라고 외치면서 가슴속에서 검은 죄책감이 계속 나를 옥죄여 왔습니다. 

 

인터넷 창에 수없이 검색했습니다. '신생아 아토피', '신생아 태열', '아기 볼', '아토피 볼', '태열 볼' 등. 수없이 여러가지 단어로 나의 아기와 비슷한 병변의 아기를 찾아 케어 후기를 보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가만큼 심한 아기는 많지 않았으며, 완치후기를 찾기도 쉽지않았습니다.남편이 식염수팩이 좋다고 말해주어 바로 약국에 가서 멸균거즈와 1회용 식염수를 사왔습니다. 식염수팩 하는 방법을 검색해본 뒤에 아기에게 3일 정도 식염수 팩을 해주었습니다. 전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며, 아기는 따가운지 자지러지게 울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워 결국 병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소아과를 시작으로

둘째 아가의 첫 진료는 동네 소아과였습니다. 집에서 나름의 케어를 해주었음에도 열심히 번져나가던 아기의 피부 병변은 사랑스러운 아가의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도 한 포진같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후 피부염은 몸 쪽으로도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생 후 4개월이 될 무렵 소아과를 찾아갔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아기를 보시고는 너무 어려서 걱정이 되셨는지 바로 소견서를 써주시며,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셨고, 직접 대학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주신 끝에 보다 빠르게 다음날 대학병원 소아과 진료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약시간보다 일찍 병원에 도착하여 대기를 했습니다. 역시나 대학병원 명성답게 진료를 기다리는 소아 환자들과 보호자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날은 대기 환자들 중에서 나의 아기가 가장 어리고 작아 보였습니다. 아기는 피부염으로 고생을 하고 나의 가슴에는 스크래치가 한 번 더 새겨졌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얼굴에는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 리도 맥스를 처방해 주시고, 몸에는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로션인 데스 오웬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약국에서 처방받은 연고와 함께 스테로이드 사용방법 안내 전화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굳이 스테로이드 사용방법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속는 셈 치고 그곳으로 전화해서 스테로이드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너무 어린 아기라서 스테로이드만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스테로이드에 관한 제대로 된 지식도 갖지 않은 채) 힘들어하는 아가를 위해 아주 극소량의 스테로이드를 발라주었습니다. 설명들은 대로의 용법, 용량을 지키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엄마 탓이 아니라지만

주변에서는 모두들 내게 엄마 탓이 아니라며, 위로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사실 글쓴이 본인 또한 아플 아기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관리 잘하고, 태교를 잘해도 아프게 태어나고, 건강한 아기는 술, 담배를 비롯해 온갖 좋지 않다는 모든 것을 다 해도 건강하게 태어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주변 친지, 지인들 앞에서 당당한 척 겉으로는 내 탓이 아닌 척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옥죄여왔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서 후회했습니다. 임신했을 때 좋은 음식을 많이 챙겨 먹어 더라면... 모유 수유할 때라도 미역국 많이 먹고, 좋은 것만 챙겨 먹어 더라면...

사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도 임신 기간과 모유 수유 기간 동안의 나의 잘못된 식생활이 어느 정도 아기 피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 이상의 극단적인 식생활. 밥 대신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만 먹었습니다.)

 

"미안해 아기야.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엄마의 식생활이 너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들. 그래도 너무 미안해. 나의 사랑 아가야. 너무나도 돌아가고 싶어. 너를 임신했  때로 말이야. 지금처럼 아프게 나와도 좋아.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지. 임신했을 때부터 소중한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 사랑하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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