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몸을 점령한 아토피피부염
대학병원 담당 의사선생님은 변경되었고, 그렇게 몇 차례 더 대학병원을 다녔습니다. 새로 오신 의사선생님은 내 아기의 만신창이가 된 피부를 보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다음 예약진료까지 기다리는 텀이 짧게는 3주 많게는 4주 정도 되었는데, 내 아가의 피부는 진료 날이 돌아오는 3~4주의 기간을 기다려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생아 시절 생후 15일 즈음부터 지금까지 태열인 줄 알았던 아토피피부염은 좋아졌다 악화되었다를 반복하며, 점점 더 깊숙하게 점점 더 넓은 범위로 멈추지 않고, 지독하리만큼 번져나갔습니다.
- 태열 같아 보였던 붉은 좁쌀 몇 알을 시작으로 베이비 수딩젤로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면서 좁쌀 피부염의 개수는 늘어갔으며, 첫째 아기의 트러블에 명약이었던 비판텐을 두 번째 주자로 내세워 관리를 해주고, 피부 양상은 전과 같이 반복을 유지하며 병변의 크기는 전보다 커졌습니다. 그 후 아주 극소량이었지만 첫 스테로이드인 리도 맥스 크림을 시작으로 리도 맥스와 데스 오웬 로션을 병행하게 되었고, 커져버릴 대로 커져버린 내 아기의 아토피피부염들은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가 우습다는 듯 전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에스로 반이라는 세균성 치료 연고까지 추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녀석들은 소리 없이 작고 여린 내 보물의 몸속을 갉아먹으며, 겉으로든 속으로든 점령해 나갔습니다.
후 폭풍
아토피피부염에 점령당한 나의 아기의 육체는 이제 더 이상 기존에 사용하던 스테로이드 연고로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에스로 반이라는 세균성 연고를 병행하였으나 더 이상 그 약들은 내 아이 피부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생후 12개월도 안된 어린 아가에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테로이드 연고, 바로 '티티베연고'를 처방받았습니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스테로이드 농도를 올린다는 게 탐탁지 않았지만 기존 처치로는 사그라들 생각이 없어 보이는 피부 병변으로 하는 수없이 티티베연고를 발라주기로 하였습니다.
티티베연고 역시나 다른 처치 때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바르자 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피부 병변은 사라지고 피부는 맑아졌습니다. 하지만 더욱 강력해진 만큼 후폭풍 또한 셌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니 피부가 좋아진 기간이 다른 처지 때 보다 더 짧았으며, 아기 피부의 상태는 아토피피부염같이 생긴 게 아니라 마치 얼굴에 화상을 입은 것 마냥 가만히 있어도 너무 아프고 쓰라려 보이게 생겼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랑하는 아기가 저 지경이 되니 아기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내가 아프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우리 아기 그만 힘들게 해달라고, 종교도 없으면서 아무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하느님께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고 따지기도 하고, 빌기도 하고, 애원했습니다. '더 이상 무지한 어미로 인해 천사 같은 아기가 고통받지 않게 해주세요. 제발 연약한 아기를 힘들게 하지 마시고 저에게 벌을 내려주세요.'
NO 스테로이드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피부염을 달고 살았습니다.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동반자 수준으로 일생을 함께했기 때문에 아토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모두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예전부터 나 자신에게 해오던 관리 방법이 아기에겐 통하지 않았고, 병원에서 일러준 방법 또한 점점 못 미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즈음부터였을까요. 인터넷 검색을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사용하면 할 수록 더욱 악화되는 아기의 피부 병변을 보면서 잠시 갖는 뽀얀 피부에 속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시련이 닥칠수록 침착해져야 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마음속으로 되뇌며 해결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대학병원 예약 당일 담당 의사선생님을 뵈었습니다. 그동안 인터넷을 뒤져 공부했던 아기의 피부 병변 양상을 보아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토피피부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의사선생님께 "선생님 제가 알기로는 아토피라면 접히는 부위에 병변이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나의 아기는 무릎 뒤쪽같이 접히는 부위가 아닌, 팔꿈치나 정강이에 병변이 있는데, 이거 혹시 습진 아닐까요? 아토피가 맞나요?"라고 여쭈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의사선생님께서는 단호하게 "아토피가 맞습니다."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지식이 짧은 '나', 지식이 풍부한 '대학병원 의사'. 의사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으로 믿지 않기로 했고, 그동안의 멋대로 행동했던 모든 잘못 들을 반성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한번 의사 말대로 행동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no 스테로이드! 아예 스테로이드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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