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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야ㅠ

소아과와 피부과는 엄연히 다르다

by 홀려버린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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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법, 용량을 지키세요. 어머니

대학병원 예약 일을 며칠 앞두고 심각해진 아기의 볼 상태를 그냥 두고만 보기 힘들어서 동네 소아과를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스테로이드를 너무 조금 사용하시는 것 같다며, 조금 바른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피부질환에 알맞게 알맞은 용량을 도포하여 아기의 염증을 최대한 빨리 낮추고, 아기가 덜 힘들게 도와주는 게 우선이라고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진료를 듣고 온 나는 아가를 위해 의사선생님의 조언대로 아토피 피부 염증 환부에 처치를 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를 적게 사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어머니."
"아기가 힘들어하지 않는 게 우선이에요. 적정 기간 동안 적당한 양을 사용한다면 아무 문제 없는 아주 훌륭한 의약품입니다. 어머니."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마이웨이. 왜 적정 기간 동안 적당한 양을 사용하라는 말은 생각이 안 나는 건지, 알면서도 외면해 버린 것인지. 나는 진료를 보고 와서 자신감이 생겼는지 적정 용량이 아닌 그 어린 아기에게 그 연약한 피부에 스테로이드 연고와 로션을 과하게 발라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나 초반 반응은 소름 끼치게 좋았습니다. 또다시 뽀송한 피부와 마주했고, 예쁜 얼굴을 보고 있자니 행복했습니다.(영아의 피부 속은 병들어 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영아의 볼에 난 염증에는 최대한 병변을 넘지 않게 연고를 발라주려고 애는 썼지만 많은 양의 연고를 얹다시피 발라주었고, 부서질 것 같은 그 작고 연약한 몸뚱이에는 병변마다 찾아서 발라주기 힘들다며 일반 로션 발라주듯이 손바닥에 듬뿍 짜서 전체적으로 전신을 발라주었습니다.

대학병원가는 날의 컨디션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병원 가는 날은 피부가 뽀송한 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병원 예약 일을 얼마 안 남겨두고 피부가 뒤집어지기 시작하면 최대한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자 마음먹고 버티다가 결국 간지럽고 따가워서 고통받는 아기를 두고만 볼 수 없어 참지 못하고 동네 소아과에 방문하여 진료받고, 뽀송해지고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대학병원 예약일에 담당 의사선생님께 아기의 피부 진료를 받을 때는 양호한 피부 상태였으며, 그리하여 일주일 단위의 예약이 이 주일 텀으로 바뀌고, 3주로 바뀌었다가 4주에 한 번꼴로 예약을 잡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정도를 이렇게 아기의 피부가 좋고, 나빠짐을 반복하며 대학병원과 동네 소아과를 전전하며 치료받았습니다.(소아과도 정해진 곳만 다닌 것이 아니라 활동 반경 상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있는 곳을 방문하다 보니 매번 다른 병원에 가기 일쑤였습니다. -채찍질 당할 짓만 골라서 하는 어미-)

 

무지속에 병들어가고있는 천사같은 나의 아기. 눈 위치 8시17분

소아과와 피부과는 다르다

그렇게 수개월이 흘러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진 채로 대학병원 소아과 진료를 보러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담당 의사선생님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다음 검진 부터 다른 의사선생님으로 변경). 생후 100일 즈음부터 몇 개월 동안 병원을 다녔기에 환자가 많기로 유명한 대학병원의 의사선생님이셨지만 우리 아가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드렸던 피부가 아닌 완전 염증으로 얼룩진 피부였기에 선생님께서는 많이 놀라신 눈치였습니다.(나는 늘 집에서 겪어 왔기에 덤덤한 편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심각한 눈초리로 1주 뒤 예약을 잡아주시고, 에스로 반 연고를 추가로 처방해 주시고, 대학병원 피부과도 예약을 해보시라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의사선생님께 현재 진료받고 있는 소아과와 피부과가 다른 곳이냐?라고 물어볼 생각조차하지 못한 채 어벙한 채로 진료실을 나왔습니다. 그제야 내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소아과와 피부과는 당연히 다른 과목이라는 것을.

 

대학병원을 비롯한 2,3차 병원들에는 여러 과가 있고 그 과목도 세분화되어 전문 진료 분야란 게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병원 예약 당시 소아청소년과의 알레르기호흡기과 →전문진료 분야는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질환 분야를 선택했기 때문에 당연히 피부 전문이라고 생각했던 건 큰 과오였습니다.


부랴부랴 정신을 차리고 피부과 예약을 잡기 위해 예약 데스크로 갔습니다. 피부과는 워낙 인기가 많은 과라서 가장 빠른 날은 1년 뒤세요.라는 창천 병력 같은 이야기에 눈물을 머금고 일단 예약을 걸어두고,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계속 보러 다니기로 했습니다. '잊고 지내다 보면 피부과 예약 잡은 날도 금방 돌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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