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가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면 말이야...
후회와 미안함으로 나와 언니를 쳐다보실 때가 있다고 느껴진단 말이지....
내가 아이 둘을 낳고 엄빠는 손주 둘을 보면서 아가들이 너무 예뻤을 거야....
그러면서도 본인의 자녀를 키울 때는 이렇게 이뻐해 준 적이 없다고 생각되니까...
좀 미안한 듯이 우리 자매를 쳐다보셨겠지......
내가 느끼는 생각이 맞는 거 같아..
왜냐하면 어렸을 적 언니와 나는 엄청 무시와 무관심 속에 자랐거든..
돌대가리가 아니라 적당한 년이었구나
심지어 나는 중학교 올라가기 전까지 내가 돌대가리 년인 줄 알았어... 왜냐하면 어렸을 때부터 하도 돌대가리 돌대가리 소리를 듣고 자라서 나는 똥멍청이 바보인 줄로만 알았지.
학교에서는 반 친구들이 나를 나름 똑똑한 애로 아는 것 같아서 늘 두렵기까지 했어.
'나는 돌대가리 년인데 돌대가리인 게 탄로 나면 창피해서 어쩌지??'
중학교를 입학하고 첫 중간고사를 치렀는데 치르는 중간에 평균 점수를 내면 팔십몇 점인 거야... 그래서
'아... 역시 나는 병신 머저리 년이구나... 역시 돌대가리가 맞구나..' 막 생각을 했었어..
근데 전교 등수가 나왔는데 그 당시 전교생이 사백 명이 좀 안되는 숫자였는데 첫 중간고사에서 내가 전교 44등을 한 거야...
그때 알게 됐지.. 내가 돌대가리가 아니란 것을 말이야..
(뭐... 계속해서 성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멍청이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는 시점이었지.)
친할아버지는 어땠어??
그래서 그런지 엄마도 가끔 그런 말씀을 하셔...
맞아 너희한테는 이렇게 사랑을 못 준거 같다고.... 왜 그때는 너희를 예뻐해 주지 못했을까라며...
후회를 하시곤 해.. 아빠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
근데 나는 정말 나의 부모님이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생각되거든..
내가 비록 지금 내 아이들을 예뻐해 주고 사랑해 준다 하지만 나의 엄마처럼 자신을 갈아 넣어서 아이를 돌보진 않거든...
단지 어려웠던 시절 예쁜 말을 못 배우고 자라 예쁜 말을 할 줄 모르셨을 뿐이라고 생각해...
폭력의 대물림처럼 무시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해.. 그들이 그렇게 자라왔으니까 어쩔 수 없었을 거야.. 못 배웠으니까..
단지 나는 좀 더 풍요로운 세상에 태어나 좀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기에 빨리 깨닫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겠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친할머니 빼고는 조부모님들이 살아계시지 않아서 늘 궁금했어..
그래서 가끔 아빠에게 "아빠의 아빠는 어땠어?"라고 물어볼 때가 있었거든...
그럴 때마다 아빠는 치를 떨며 이야기하셨지....
"아빠가 엄마를 어찌나 때리던지."
"나는 결혼하면 절대 마누라를 때리지 않을 것이다." 다짐했다고...
이렇게 보면 아빠도 참 대단해... 폭력은 대물림인데.. 그걸 극복했네.. 무시는 극복 못했지만..
사랑
근데 엄마와 아빠도 같은 세상에 살면서 정보를 접하고 점차 사랑하는 법을 배우신 거 같아..
같은 시대에 같은 정보가 있었으니.. 그들도 이제야 사랑을 배운 게 아닐까?
예쁜 말 하는 법도 배우시고.. 그래서 손주들을 무척 사랑해 주시고.. 언니랑 나까지 사랑해 주셔..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하도 무시당하고 자라서 사랑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떠올랐어...
언니랑 나랑 버스를 잘못 타가지고 완전 이상한 곳으로 가버려서 길을 잃고 말았지.. 그때 아마 경찰도 출동하고 해서 찾았을거야... 그때 난봤거든.. 엄마와 아빠의 눈물을.. 그때는 그냥 '우리가 좀 걱정이 됐나보다.'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를 많이 사랑하셨던 거 같아.
엄마, 아빠 사랑해요
그래서 말이지 진짜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거든.
그게 뭔지 알아??? "엄마, 아빠 사랑해요." 이거야...
이 말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늘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엄마 아빠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거든.
내 자식들하고 시부모님에게는 잘하는데 왜.. 나의 부모님께는 그 말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부끄럽고 남사스럽고.. 무튼 복잡해..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가??
우리 집도 나름 화목했는데 말이지... 우쮸쮸 사랑이 넘치는 집안사람들 말고 나 같은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꼭 하고 싶어 돌아가시기 전에는 꼭꼭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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