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보니
아이를 낳아보니 나의 엄마, 아빠도 '어린 시절이 있었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가 다르다 보니 자라온 환경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들도 꿈이 있고, 노는 게 즐겁고, 쉬고 싶었을 텐데 그들은 아직까지도 일을 하면서도 본인들 자식의 자식까지도 뒤치다꺼리해 주시느라 고생을 하십니다.
어느 날 아빠랑 통화를 하는데 할아버지들 특유의 소리아시나요??
나이 드신 분들 특유의 떨림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소리가 나의 아빠에게서 나는 것이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용건이 있어서 통화하던 중이었음에도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서 급하게 전화를 끊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되어가는 만큼. 나의 부모님 또한 나이를 먹고 점점 할머니, 할아버지 화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서글픕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자녀에게 관심 없는 나의 부모
나는 어렸을 때부터 조부모가 안 계셨습니다. 친할머니 한 분 계셨지만 왕래가 많지 않아서 친근함이 덜 했고, 친할머니마저 내 나이 스무 살쯤 돌아가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나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원래의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부모님 두 분 또한 자녀들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공부 잘하란 소리만 했지. 직접 찾아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강요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학창 시절에는 치맛바람 거센 엄마를 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러한 관심조차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인정욕구가 강해서 노예근성이 있는가 봅니다.)
나와 언니는 부모님의 관심이 크게 없다 보니 알아서 스스로 공부했습니다.(잘하진 못했음)
학원에 다니고 싶으면 "어디 학원 보내줘.", 필요한 게 있으면 "문제집 사게 돈 줘."
이런 식이었지 알아서 뭐 해라 뭐 해라 찾아봐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시험을 잘 보고 와도 칭찬 한번 제대로 해주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까짓 거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못했으면 못한 것만 탓할 뿐 잘한 것에 대해 칭찬을 못 듣고 자라서 인정욕구가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용건이 없으면 전화하지 않아
그렇게 어린 시절을 살아왔습니다. 두 분 모두 '우쭈쭈~' 해주시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가정에서 '우쭈쭈~' 하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 친구가 너무 다정하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통화를 하면 "누구야? 썸남이야?"
"아니 엄마."라고 할 때마다 너무 놀라웠습니다. 부모님하고 어떻게 저렇게 사랑스럽게 통화를 하지?? 부럽다고 생각했습니다.
- 신혼 초 시댁에 가면 어머님은 나보다 4살이나 많은 아가씨에게 "공쥬~", "강아쥐~"라고 부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진짜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아가씨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 다른 친구들은 꼭 부모님께 전화가 와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이 자유로웠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통금이 있는 친구가 안타까웠으면서도 부모님들과 통화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나 같은 경우 집에서 나가기 전 "나 오늘 누구 만나. 많이 늦어." 이러고 나가면 집에 들어갈 때까지 연락이 없으셨습니다.
나의 집은 서로에게 용건이 없을 때는 굳이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거나 하지 않습니다.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성격상 달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 예로 이십 대 초반 대학에서 4주간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었는데 집에 전화할 이유나 용건이 없었기 때문에 전화를 삼주 정도 안 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이 하도 집에 전화를 하길래 나도 한번 따라서 해보았는데...
엄마가 "아이고, 이년아 살았는지 죽었는지 전화를 해줘야 할 것 아니야."라고 걱정을 하고 계셨었습니다. '아 우리 엄마도 내 걱정을 하긴 하는 구나.'라고 그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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