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마음
공동 지인과 그분은 베프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동 지인에게 그분과 이제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듣게 되었습니다.
공동 지인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둘이 친하게 지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분께서 잠수를 타셨습니다. 전화도 카톡도 어느 것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가끔 겪었던 일이었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언제까지 이런 것을 봐줘야 할까. 이번엔 기간이 얼마나 갈까? 환멸을 느낀 지인은 그분께 저번에 빌려 간 50만 원과 캐리어를 가져다 달라고 카톡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카톡의 1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10분 후에 바로 50만 원이 계좌로 입금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캐리어는 한 달이 지났지만 보내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인에게 그분의 입장을 대변하여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무슨 상황이고 무엇 때문에 그분께서 잠수를 탔는지는 몰라. 나였다면 돈만 딱 입금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캐리어를 안 가져다주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지금 상황이었다 치고 그분으로 빙의돼서 이야기해보자면 내 생각은 그래."
"그분께서 어떤 마음인지는 너무너무 잘 알 거 같거든, 돈이야 바로 입금하면 그만이지만 캐리어는 직접 들어서 너희 집까지 가져다 놓아야 하는 거잖아? 얼마나 귀찮은 일이야?? 그러니까 미루고 못 가져다 주고 있는 것 아닐까?"
"그분도 엄청 캐리어 가져다주고 싶을걸?? 캐리어 볼 때마다 스트레스일 거야."
('가따줘야 하는데... 가따줘야 하는데....')
"단지 너무 귀찮아서 못 가져다주는 것일 뿐."
"나였다면 분명히 캐리어도 바로 가져다주었겠지. 하지만 가져다주기 전에 진짜 고통받았을 거야. 너무 귀찮아서 T_T"
그리고 몇 달 후 지인이 그분의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분의 소식은 아니고 6개월 후에 본인 집 현관 앞에 캐리어가 놓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역시나 나의 생각은 맞았던 것이었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캐리어는 물건이었기에 간편 송금처럼 누워서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져다주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소파와 물아일체
다른 사람들의 귀차니즘 발현 상황과 정도도 너무 궁금합니다. (그냥 세상에 궁금한 것이 많은 나)
귀차니즘 심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보통 집에서는 내가 소파인지 소파가 나인지 모를 정도로 소파와 한 몸이 됩니다. 예전 신혼 때 쉬는 날 남편이 내게 이 정도면 식물인간 아니냐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던 때가 있었습니다.(너무 그립습니다.)
이 정도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잘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피곤한데 씻어야 한다면?
(무조건 씻고 자야 하는 병이 있는 나는) 너무 피곤한 날 졸려서 자야 하는데 씻지 못해서 못 자고 고통받고 있으면 나의 남편은 그냥 씻고 오면 되지 않냐고 묻습니다.
"여보??!! 너무 졸려서 못 씻겠다니까?? ㅠㅠ??"
"그러니까! 너무 졸리면 빨리 씻고 와서 자면 편하잖아??"
"아니 여보 ㅠㅠ 너무 졸려우니까 못 씻겠다고 ㅠㅠ 근데 너무 졸려서 자고 싶어 미치겠다고 ㅠㅠ"
이런 경우 안 씻고 그냥 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씻고 자야 하는 병에 걸린 나는 고통받으며 잠을 자지 못합니다.
이어폰이 다른 방에 있다면?
아이들이 잠든 후가 바로 나의 자유 시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잘 때 나도 함께 자야 하지만 잘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재우고 할 것이 없더라도 억지로라도 핸드폰을 잡고 잠을 자지 않습니다.
보통 유튜브를 많이 보는데 이어폰을 다른 방에 놓고 왔을 때가 문제입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바로 옆방에 가서 이어폰은 가져와 원하는 영상을 시청하겠지만 귀차니즘 절정인 나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누워서 잠은 못 자고
갤러리를 봤다가
쇼핑을 했다가
소리 없이 영상을 시청했다가
옆방에 다녀올까? 잠깐 생각도 했다가....
그렇게 수시간이 흐르고 잠을 자던 남편이 화장실에 가려고 깼던 적이 있습니다.
"여보!!! 옆방에서 내 이어폰도 좀^^..."
나의 남편은 그날도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고마워 남편^^'
소변을 참으시나요?
어느 날 친구가 내게 연락했습니다.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귀찮아서 참는다. 그런데 본인의 남편이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려우면 화장실에 가면 되는데 왜? 화장실을 참느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라면 화장실 못 가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줄 것 같아서 이렇게 연락을 했어."
"너라면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을 가니? 참니?"
"알면서 뭘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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