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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귀차니즘 발현 상황의 차이 上

by 홀려버린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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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귀차니즘

보통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귀차니즘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귀차니즘 발현의 상황이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귀차니즘은 어느 정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런 평범함을 넘어서는 귀차니즘 계의 상위권자라고 생각합니다. 매체에서 보도되는 귀차니즘의 행동들 거의 나와 일치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디까지의 귀차니즘 상태일까? 나는 귀차니즘이 정말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자랑 아님) 상위 몇%에 속하는 귀즘러인 것인가? 너무 궁금합니다.

 

그분에 대한 설명

먼저 그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 지역에서 나고 자라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므로 건너 건너서 얼굴만이라도 아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그분 역시 얼굴은 알고 길 가다 마주치면 인사는 하는 정도이지만 서로 놀아보진 않았고, 연락처는 모릅니다. 그분과 나는 친한 친구 한 명이 겹치기 때문에 오며 가며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였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딱히 그분과 마주칠 일은 없었지만 지인에게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와서 그분이 취업을 위해 몇 년간 고생한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나는 홀로 단식원을 가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낯익은 그분과 마주쳤습니다. 나는 그분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분도 내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지만 얼굴이 죽상이었습니다. 왜 울상인지 자초지종을 물으니

몇 년간 준비를 해서 어렵게 잡힌 입사 면접이 있었는데 늦잠을 자버려서 버스를 놓치고 말은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미 면접 시간이 지났음에도 버스를 타고 면접장에 가보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때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너무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분께서 면접을 위해 얼마나 오랜 기간 열심히 준비해왔는지 지인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요한 면접에 늦잠을 잘 정도의 귀차니즘이라니... 나를 뛰어넘는 귀차니즘계의 일인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마다 귀차니즘 발현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내가 그분의 상황이었다면, 이미 전날 면접장 근처에 방을 잡고 묵었거나, 당일에 알람 100개는 맞춰놓았을 것입니다. 

 

tip. 나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전날에는 늘 나를 세뇌시킵니다. '내일 무조건 새벽에 일어나야 해, 새벽에 일어나야 해.', '내일 무조건 일찍 일어나야 해. 알람이 울리면 밍기적 거릴 수 없어 바로 일어나야 해.', '무조건 일어나야 해.'

 

이렇게 수천 번 세뇌시키고 잠이 들면 (아침잠이 많아 잘 못 일어나는 인간이지만) 딱 그런 날 만큼은 신기하게도 눈이 번쩍 떠집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날 아주 가끔 쓰는 방법이랍니다. (자주 사용하면 이 방법이 잘 먹히지 않을까 봐^^)

 

아무튼 그렇게 그분을 지나친 후 그분의 귀차니즘도 만만치 않음이 나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인식되었습니다.

 

 

 

기름약의 두 번째 테러

정말 더러운 이야기인지라 더러운 이야기 싫어하는 분들은 스킵 하길 바랍니다.

 

기름약을 먹어본 다이어터 분들이라면 그 약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기름약을 먹고 장어 폭식을 하고 난 다음날이었습니다. 늘 기름의 위력은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발현되기 때문에 내가 그 약을 먹었었는지를 까먹는 날도 가끔 있었습니다.

 

하필... 필수재를 가지고 다니는 날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꼭 필수재를 잊은 날만.... 방귀도 생각 없이 뀌어버립니다... 또르르...

 

그렇게 나는 기름약과 장어 먹은 것을 잊은 채 시원하게 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엉덩이에 기름 테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ㅎ ㅏ.......

다행히 나의 일터는 혼자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뒤처리를 해야 하기에 당장 속옷과 바지가 필요했습니다. 

너무 치욕스럽고 우울했지만 어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나의 일터와 집과의 거리는 걸어서 11분 정도 걸렸기 때문에 도저히 귀찮기도 했고, 나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남편에게 옷가지들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치욕스럽게 남편에게 물품을 받아서 재정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분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도 귀차니즘계의 일인자지만 그분이라면 수치심이 더 크기 때문에 남편에게 그런 부탁은 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집에 다녀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공동 지인에게 말했더니 나의 말에 크게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분의 귀차니즘 정도가 초상 위권 수준이지만 수치심 또한 뒤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름 똥 정도라면 귀찮음을 이기고 집에 다녀올 것 같다고 공동 지인도 인정하셨습니다. 

 

나보다 귀차니즘이 더 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겠다. 사람마다 귀차니즘 발현 상황이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을 그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꼭 준비해서 다닐 때는 방귀도 조심해서 뀌는데... 잊고 물건을 챙기지 않은 날은 방귀도 시원하게 뀌는 것인지... 애석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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