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는 방식의 차이
하지만 나이가 먹고 세상을 경험해 본 바로는 나의 부모님께서는 사랑을 주는 방법을 잘 모르셨을 뿐 평생을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다른 방식으로 사랑해 주셨구나.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
-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그렇게 악취가 심하고, 곰팡이가 잘피는 공간이라는 것을 결혼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삼십 평생을 깨끗한 화장실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이 아닌 가정집의 화장실은 다 깨끗한 것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엄마가 열심히 청소해 주신 덕분에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란 것을...
- 중고등학교 시절 춘추복 와이셔츠는 이틀에 한 번꼴로 세탁을 하고, 하복의 경우 매일 빨았습니다.
그렇게 빨고 나서 늘 엄마께서 빳빳하게 다림질해 주셨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당시 정말 쭈글쭈글한 교복을 입고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는 '쟤네 엄마는 울 엄마보다 바쁘셔서 다림질 못 해주시나 보구나.'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겼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해보니 남편님의 와이셔츠가 엄청나게 꼬깃꼬깃하시고, 그것을 피자니 빨래를 널 때부터 털어서 잘 말린 후 다림질을 해주어야 했습니다.(지금은 스타일러를 사용함...^^)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것 외에도 늘 따듯한 아침밥을 먹고 등교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침에 입맛 없어서 밥 먹기 싫은데 왜 자꾸 밥을 차려주는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아가들에게 제때에 아침밥 차려주는 것도 너무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또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밥도 할 줄 알고, 세탁기도 돌릴 줄 알았습니다. 본인이 먹은 음식은 본인이 설거지도 했는데,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이 모든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밥을 한 번에 많이 지어 오래 두고 먹고 싶었는데, 밥이 그렇게 금방 쉰다는 것도 결혼을 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나의 친구들의 부모님만 바쁘셔서 걔네 집만 못해주는 것일 뿐. 모든 가정은 다 우리 집 같을 줄 알았습니다.
나의 엄마도 직장에 다니셨지만 친구네 엄마들은 더 좋은 직장에 다니셔서 더 바쁘셔서 못해주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깨끗한 환경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를 안 해도 집은 깨끗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집이 이렇게 쉽게 더러워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청소를 하지 않으면... 먼지가 그렇게 쉽게 쌓일 수 있다는 것을... 결혼하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성실한 아버지
나의 아빠 또한 그렇게 노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셨지만 묵묵하게 열심히 일을 하셨습니다. 아빠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아기들과 놀아줄 때는 재미있게 잘 놀아주는 편입니다.
술, 담배 안 좋은 것은 다하시지만 성실하게 살아오셔서 돈 걱정 없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나와보니
성인이 되고 세상에 나와보니 학자금 대출받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혼가정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감사하게 자랐구나. 단지 나의 부모님은 예쁜 말 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란 것을....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해보고, 자식을 낳고 길러보니 그런 환경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깨닫고 보니 나의 부모님은 정말 늙으셨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부모님 얼굴은 주름이 없고, 동안이었는데 요즘은 부모님을 뵐 때마다 "왜 이렇게 늙었어??", "왜 이렇게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ㅠㅠ
부모님 나이에 맞게 겉모습 또한 할머니 할아버지 모습일 뿐이지만... 이런 사실이 너무 애석하기만 합니다.
아기를 낳아보니 의지할 곳이 부모님 뿐이어서 또다시 부모님께 신세를 많이 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숙명인 것인지... 너무 죄송스럽지만 나의 삶을 위해 또다시 나의 부모를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부디 효도할 수 있는 그날까지 나의 부모님께서 30년 이상은 꼭 건강하게 더 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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