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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영유아 구강검진을 하고 와서 든 생각

by 홀려버린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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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없는 아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픈 걸 꾀 잘 참았어.

 

겁도 별로 없었지만 하도 천방지축 뛰어놀아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

하도 넘어져서 다치는 게 일상이라 아무리 크게 넘어져 다쳐도 단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어.

 

어렸을 때 동네 꼬마들하고 하루 종일 나가서 뛰어놀았지. 

(신기해 어릴 적에는 모르는 동네 어린이들하고도 같이 잘 노는 것이 말이야.)

 

그날은 동네 어린이들과 달리기 시합을 했어.

 

나는 체력이 좋았기 때문에 앞집에 사는 동갑인 작은 친구를 업고 꼬마들과 시합을 했지.

 

근데 내가 그 친구를 업고 뛰다가 넘어지고 말았어. 내 이마 거의 절반 가까이 깨져서 피가 철철 흐르는 거야.

(황비홍이란 소리들을 정도로 이마 넓음, 상당히 많이 까졌음을 의미.)

 

그런데도 딱히 별생각이 없었어. 울지도 않았지.

헌데 내 등에 업혀있던 친구가 울고불고 난리가 난 거야. 너무 세상이 떠나가라 울길래 그 친구도 많이 다친 줄 알았거든 ㅋㅋㅋ 근데 조금도 까진 곳이 없더라 ㅋㅋㅋ

 

무튼 당시 그렇게 크게 우는 애가 유난인 줄 알았어. 다들 나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

 

잘 참는 아이

그리고 어렸을 때 이가 많이 썩어서 치과에 많이 갔거든.

늘 덤덤하게 입을 벌리고 치료를 받았어.

 

그냥 약간 불편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뿐. 참을만했었어.

마취는 조온나 따끔하고 아팠지만 어쩌겠어?? 참아야지. 하고 참았지.

(그러고 보니 이도 하나 빼고 다 내가 뽑았네.)

 

그런데 늘 치료를 받을 때마다 그곳의 어른들은 내게 아주 씩씩하다며, 너무 멋지다며, 이렇게 치료를 잘 받는 아이는 없다며, 칭찬을 오버해서들 하시는 거야.....

왜들 저러나 싶었어. 그냥 '나 기분 좋게 해주고 싶나 보다. 너무 오버들 하신다.'라고 생각했지.

 

 

그들은 진심이었다

근데 ㅋㅋㅋㅋㅋ 아이를 낳아보니. 그분들이 오버했던 게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그러셨던 거구나 싶더라고.

영유아 구강검진을 가면 그냥 검사일 뿐인데 나의 사랑스러운 두 아들은 악 지르고 난리가 나.

 

어린이용 치과 의자에 그들을 눕혀 미라처럼 꽁꽁 동여 매지 않으면 검사도 못 받지.

늘 나도 직원처럼 한마음으로 아이 결박에 동참해.

 

아프지도 않은데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우는 거잖아?? 

하.........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아서 그런가 도대체 왜 저렇게 우는 걸까? 너무 궁금해.

 

느껴보고 싶은데 아이들과 성향이 달라서 느껴볼 수가 없네...

 

심지어 어딘가에 아주 살짝 긁혀서 눈꼽보다 작은 딱지가 생겨도 크게 다쳤다며, 계속 신경 쓰고 아파하셔.

나는 이마에 절반이 날아가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어서 참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말이야.

 

아기가 아파하면 위로를 해주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내가 너무 금이야 옥이야 키워서 저러는 건가 싶다가도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우진 않았는데 싶거든.

한편으론 예전에 나처럼 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사랑을 주면서 강하게.. 아기의 타고난 성향도 크겠지만 참을 성을 어느 정도 길러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아이 키우는 건 참 어려워.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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